우성알파 쿠로오 x 우성 오메가 츠키시마 


오메가버스


후회공,일편단심수


츠키시마 임신수 주의 !






정신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 때문 이었을까 츠키는 정신이 말짱했다. 우성 알파.. 쿠로오씨와의 관계 덕분에 히트는 가라 앉아 오히려 머릿속이 개운했다. 다리는 후들거리고 몸은 아직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았지만 습관적으로 자신의 정사 흔적을 치우기 시작했다. 제 위로 포개져있는 쿠로오의 옷매무세를 만져주고 따듯한 수건으로 흔적을 지워주었다. 그리고 거실에 있는 쇼파에 눕히고 담요까지 덮어주었다.


그게 츠키시마가 그에게 해 줄 수있는 마지막선물이었다.


피떡이 진 입술을 한 번 더 깨물었다. 피 맛이 났다. 제 옷도 갈무리하지 못한 상태로 2층으로 올라갔다. 혹시 몰라 동거하기 전 형이 챙겨준 히트사이클 약을 찾아 물도 없이 입에 넣고 어그적 어그적 씹어 넘겼다. 조금 나아지는 것 같은 기분에 숨이 쉬어졌다. 정사의 흔적이 담긴 몸을 움직여 대충 수건으로 닦고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이제는 더 이상 있을 곳도 있어야할 명목도 명분도 없었다. 오히려 경멸할지도 모른다. 히트 사이클을 예상하지 못한 건 제 자신이었기에 스스로에게 실망감이 들었다. 발정이 나 신음까지 흘렸다. 어디까지 밑바닥으로 추락할 지 이제는 감도 오지 않았다.


이제는 있던 미운 정이라도 탈탈 떨어졌을 것이다. 1층으로 내려와 거실 쪽을 잠시 바라보았다.


‘뒤를 돌아보지 말자.. ’


앙다문 입술에서 피가 났다. 멈추지 않고 비린 맛이 났다.


--


추적추적 내리는 안개비 속에서 그저 앞으로만 발걸음을 옮겼다. 안경에 김이서려 잠시 멈추길 반복했다. 막상 짐을 싸서 나오긴 했지만 마땅히 갈 곳이 없었다. 본가로 가게되면 무척 큰 소동이 될 것이 분명하고 앞으로의 상황을 감당 할 순 있을까.


본가는 가까이에 있어 금방 문 앞에 도달했다. 이 문만 열면 이제 다 끝이 난다. 하지만 .. 하지만 .. 끝내도 되는 걸까 .. 미련이 남은 걸까.. 문 앞까지 와서도 자신이 없어 주변을 맴돌았다. 조금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발길을 돌려 고개를 숙이고 걸었다. 내리는 비가 거세질 때쯤 츠키시마는 가방에 넣어둔 책속의 사진이 떠올랐다.


‘아 젖으면.. ’


뒤로 메었던 가방을 앞으로 메고 가슴께에 안고 젖지 않도록 팔로 막았다. 자신은 아직도 끝내고 싶지 않았다. 이대로 쿠로오를 볼 수 없게 된다면 다시는 마주칠 수 없다면.. 생각만으로도 너무나 슬펐다. 이지경이 되고서도 쿠로오를 볼 면목도 없지만 그의 얼굴이 떠올랐다. 잘 일어났을지 혹시 아프진 않은지 출근을 잘했는지 하나 둘 씩 머릿속을 채웠다.


머릿속이 무거워질 때마다 발걸음이 빨라졌다. 주변을 보니 이미 낯선 동네로 들어와 있었다. 아무래도 좋았다. 발끝에 시선을 고정하고 생각을 지우려 빠르게 걸었다.


“ 아야아 --”


빠르게 걷는다는게 앞을 보지 않다보니 작은 여자아이와 부딪혔다. 자신은 괜찮았지만 뛰어오다가 부딪힌 아이는 넘어져있었다. 미안한 마음에 일으켜 세워주고 하얀 손으로 무릎과 엉덩이를 쓸어 빗물을 털어내었다. 놀라 울먹거리는 아이를 보고는 주변을 살폈다


‘주변에 보호자가 있을 텐데..’


“ ..ㄱ..허헉.. 그렇게 뛰어가면 넘어진다니까 - ”


하는 말소리가 들려 그 쪽을 쳐다보았다. 아..하고 눈이 마주쳤다.


“ 에-..? 츳키? 츳키야 ? ”


아카아시씨였다. 순간 머릿속으로 여러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혹시 부탁한다면 들어주지 않을까 머뭇거려졌다. 고맙게도 아카아시 쪽에서 먼저 말을 걸어왔다.


“ 츳키 비 맞았잖아.. 미안해 사촌동생이 아직 어려서 .. 일단 우리 집으로 가자 ”


아카아시는 그동안 자신이 무슨 착각을 했는지 이마를 손으로 매만졌다. 넘어져 울먹거리는 아이를 한손으로 안고 츠키시마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 뭔가 이상했다. 제법 가득 차 있는 가방과 가까이 다가갔을 때 느껴졌던 알파의 페로몬.. 이 두 가지를 조합해보니 답이 나왔다. 설마 .. 설마 했다. 부정해봤지만 가까이 할수록 느껴졌다. 우성알파의 페로몬, 쿠로오의 페로몬이라고 직감했다. 머리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상황이 그려졌지만 이내 무시했다. 일단 츠키시마를 집에 보호해 두고 상황을 봐야겠다고 생각한 아카아시는 혹시 갈 곳이 없다면 머물러도 된다고 먼저 얘기했다.


츠키시마는 잠시 욕심을 부렸다. 부려도 되지 않을까 했다. 이기적이지만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고 마침 아카아시씨의 권유도 있었다. 조금만 머물러도 되지 않을까했다. 고맙게도 왜 자신이 이렇게 나와 있는지 물어봐주지 않았다. 그의 배려가 느껴졌다.


도착해 젖은 몸을 씻고 손님방으로 안내받아 짐을 풀었다. 풀짐도 없었지만 침대위에 앉아 손으로 이불을 만졌다. 뽀송한게 참 제 취향이었다. 포근한 침대 이불을 덮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순간 비에 젖은 짐이 떠올라 가방을 챙겼다. 가방 안에서 책을 꺼냈다. 겉표지는 조금 젖었지만 가장자리라 내부의 사진은 괜찮았다. 조금 손 떼가 묻긴 했지만 그래도 괜찮아서 다행이었다. 자신에게 있는 단 하나의 추억, 하나 뿐인 그의 흔적이었다. 손으로 사진 위를 살짝 매만졌다. 쿠로오의 얼굴도 자신의 얼굴도 .. 웃고 있는 쿠로오의 얼굴을 자세히 보고 싶었다. 사진은 점점 바래가고 있었다.


“ 책 좋아 하나 봐? 음.. 어린왕자..? ”


놀란 나머지 몸을 흠칫 떨고 책을 급하게 덮고 머리맡에 두었다. 무어라고 대답을 했지만 괜히 땀이 나는 츠키시마였다. 이 곳을 나가자마자 다시 돌아온 꼴이라 민망하기도 하고 말을 어떻게 이어야 할지 막막했다.


“ 괜찮아. 좀 더 쉬다가 괜찮아지면 말해 아. 필요한게 있으면 말하고 그럼 쉬어 ”

그리고 나가면서 방문을 닫아주었다.


아카아시가 나가자마자 긴장이 풀려 침대위로 몸을 눕히고 눈을 감았다. 츠키시마는 이상하게도 눈을 감자마자 금방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쿠로오 시점


쿠로오는 이 상황을 납득하기위해 노력했다. 눈을 떴을 땐 담요를 덮고 있었고 쇼파에 누워있었다. 처음엔 몽정을 한건가 싶어 봤지만 옷가지들이 갈아입혀져 있었고 쓰레기통엔 적나라한 정사의 잔재들이 남아있었다. 꿈이 아니다. 정신없이 집에서 도망치듯 나왔다. 안경군이 집에 남아있는지 조차 확인하지 못했다. 그저 도피하고 싶었다.


‘ 내가 어떻게 됬던건가 미쳤었나? 안경군이랑..? ’


“ 미쳤다.. ”


라는 말을 100번정도 했을 때 몇 시간 전의 상황을 되집어 보았다. 그래 집에 들어갔을 때 났었던 향기.. 그 페로몬은 뭔가 이상하리 만큼 강했다. 하늘을 나는 것 같았던 기분이 들었었는데 ..


‘우성오메가는 다 그런 건가.. 나는 왜 그렇게 츠키시마에게 .. 무슨 발정난것도 아니고..’


잠깐


발정? 아 .. 하고 탄식했다. 머릿속에 떠오른 한 가지 단어


‘ 히트사이클’


그래서 그렇게 강한 냄새가 났던건가, 그랬다면 서로의 본능이니 그 부분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됬다. 하지만 해결되지 않은 난제가 남았다. 난 왜 츠키시마에게 화가 났던 것인가 에 대한 답이 나오질 않았다. 오메가이기 이전에 츠키시마를 가져야 겠다고 생각했었다. 다른 알파들의 냄새를 풍기는 츠키시마에게 머리끝까지 화가나 인내하지 못했었다. 왜그랬을까 나는.. 아아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이 나질않아 머리가 지끈거렸다.


빨리 그녀석 얼굴을 보고 싶었다. 마주보고 얘기하고 싶었다. 쿠로오는 퇴근시간이라고 하기엔 이른 시각에 회사에서 빠져나오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신발장에 신발을 내팽겨치고 들어갔다. 뭔가 이상했다. 학교를 갔다면 이미 마치고도 남을 시간인데 거실에는 츠키시마가 없었다. 2층으로 뛰어 올라가 츠키시마의 방 문을 열었다. 열려있는 서랍과 옷장에 없어진 옷들이 츠키시마가 이집에 없음을 시사했다. 없었다.


“ㅇ.. 없어.. ”


당황했다. 잠깐 어디 갔다가 돌아오겠지 .. 그렇겠지 하고 안심해 보려고 해도 잘 안됬다. 거실에서 발을 동동 구르다가 침을 한번 삼켰다. 그리고 전화기를 들고 츠키시마의 본가에 전화를 걸었다.


“ ㅈ..저 쿠로오 테츠롭니다. 그게 츠키시마가.. ”


라고 말을 하자마자 대뜸 츠키시마는 잘있냐는 말이 들려왔다.


“ ㅇ..아 잘..잘있으니까 걱정마시라고 안부전화를.. --- ”


우선 대충 둘러대고 전화를 끊었다. 어디에 있는 걸까. 자신은 츠키시마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친한 친구도 좋아하는 음식도 아무것도 몰랐다. 거실 쇼파에 앉아 티비도 켜지 않은 상태로 기다렸다. 혹시라도 온다면 무슨 말을 할까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가도 가도 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사실 쿠로오도 알고 있었다. 방에 들어갔을 때 한 번의 외출이라고 하기엔 많은 짐들이 사라져 있었기 때문이다. 천천히 일어나 츠키시마를 마지막으로 보았던 부엌으로 갔다.


“ㅇ..음..? 이건.. ”


케익..? 츠키시마가 사온건가 .. 먹고 싶었던건가.. 혹시나 오진 않을까 해서 케이크를 냉장고에 넣고서 한참을 서 있었다. 괜히 자신을 불렀던 목소리가 귓가에 웅웅 거렸다. 쿠로오씨 하고는 여러 번이나 불렀었다. 고개를 몇 번 저어 생각을 없앴다.


그렇게 서로가 없는 밤이 지나갔다. 이 때 까지도 쿠로오는 츠키시마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까짓 정략결혼, 오메가쪽에서 파혼해준다면 오히려 쿠로오쪽은 피해가 없었기 때문이다. 자꾸만 허전해지는 마음을 무시했다.


술을 먹든 먹지 않았든 쿠로오는 습관처럼 베타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갔다. 평소에는 이런식으로 자신의

마음을 달래 왔다. 자세히 말하자면 허전한 기분을 달래는 방법을 몰랐다. 베타를 안으면 전처럼 다시 기분이 나아지겠지라고 은연중에 생각했다. 왜인지 남자인 베타들을 특히 노란머리를 한 남자 베타들을 주로 집으로 데려갔다. 하지만 데려갈 뿐 관계를 할 수가 없었다. 시도를 하려고하면 자꾸만 그 녀석 얼굴이 떠올랐다. 더 이상 몸이 , 마음이, 반응하질 않았다. 매일매일 핫한 밤을 보내왔던 쿠로오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설마.. 내가 고자라니!! 라는 생각에 병원도 찾아봤지만 이상은 없었다.


평소와 다름없는 지루한 하루가 지나고 술에 취했다. 술이라도 진탕 취하면 잠이라도 잘올것 같았다. 술에 취해 베타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가 츠키시마의 방으로 들어갔다.


‘ 취한거라고 취했으니까 이곳으로 온 거라고 ...나는.. ’


“ 보고싶어.. 젠장..할.. 케이.. ”


속으로 생각하던 말이 잠시 입으로 작게 나왔다. 그런데 뜻밖에도 제 옆에 누워있던 베타가 한마디를 꺼

냈다.


“ 아- ! 그 노란머리 오메가? 그러고보니 안보이네 - 이름이 케이였구나? ”


“ 뭐..? ”


시선이 옮겨졌다. 갑자기 취했던 머리가 맑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 데려온 베타는 츠키시마가 있을 땐 한 번도 들이지 않았던 .. 아니 분명 기억을 더듬어 봐도 그랬다. 쿠로오가문이 가지고 있는 유흥업소이기에 쿠로오의 신상이나 상대인 오메가의 신상 또한 엄격하게 지켜지기 때문에 이 베타가 츠키시마를 알리없어야 했다.


“...... 케이를 알아 ?”


기분이 나빴다. 소문이 돈 건가.


“ 만났는걸~? 집안에서... 오메가랑 한집으로 합친다고 일찍 아침에 나간 날~있잖아. 쿠로오- ”


하며 안겨오는 베타의 말에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분명 동거날은 그 다음날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째서 그때 .. 츠키시마를 보았다고 말하는 베타의 말을 이해해보려고 했다. 그리고 뒤이어 하는 말에 귀를 의심했다.


“ 내가 말하긴 좀 그래서.. 그 저번에 그 남자 말이야 그 남자베타.. 그.. 오메가한테..저번에.. 그 오메가한테 실수한 거 같다고 미안하다고 전해달라고 하던데.. 자기도 술이 취해서 그랬다고 .. ”


다시 되물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충격적이었다. 자신이 데려 온 베타가 그런 짓을 해서 .. 아니 츠키시마가 자신 때문에 그런 짓을 당했기에 하지만 왜.. 왜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했던 걸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제 옆에 있는 베타를 등 떠밀다 싶히 보내곤 급하게 비서에게 전화해 스케줄을 확인했다. 제 회사로 달려가 달력을 확인해봤다.

하루를 착각했다. 그 다음날인줄 알았던 합방 날이 베타를 데려와 하루를 보내던 그날이었던 것을 알아차렸다. 츠키시마의 모든 행동이 하나하나 퍼즐조각처럼 맞추어졌다. 원인은 ..원인은 자신이었다.


“ 내가.. 내가 무슨 짓을.. ”


그래봤자 이제 고등학생인 아이에게 무슨 짓을 한건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얼굴을 보고 그게 아니었다고 자신은 그럴려던게 아니라고 미안하다고 ..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디에서 무얼 하는지 아는 것이 그 무엇도 없었다.


학교도 기웃거려봤지만 한동안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자신을 의심하듯 쳐다보는 학생들에게 얼버무리느라 땀이 삐질났다. 단서가 하나라도 나온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수소문해봤지만 헛수고였다. 텅 빈 집안에서 혹시나 돌아올까 밤새 거실에서 츠키시마를 기다렸다. 츠키시마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혼자서 얼마나 기다린걸까 하는 생각에 얼굴이 찌푸려졌다.


보고 싶은 건 츠키시마도 마찬가지였다. 요새 이상하리만큼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잤다. 눕기만 하면 졸음이 쏟아지고 금세 허기졌다. 최근에 몸이 많이 상해서 회복기를 거치는 것이라 여겼다. 간혹 쿠로오가 생각이 났지만 자신을 어떻게 생각해줄지 가늠도 되지 않았다. 경멸..? 증오..? 어떤 시선이든 부정적인 것만 떠올랐다. 하지만 그래도 보고 싶었다. 참을 걸 그랬다. 그저 평소처럼 잘 참고 견뎠다면 쿠로오의 얼굴을 볼 수 있었을 텐데 한번 건너버린 강은 이미 불어나 다시 돌아가기 겁이 났다. 잊어야한다는 생각과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충돌했다. 밤이 되면 츠키시마는 그를 떠올렸다. 밥은 잘 먹는지 잘 지내는지 밤마다 걱정이됬다. 자신은 정말 어느 때보다도 잘지내고 있는데 정신도, 몸도 꽤 회복되어 이제는 괜찮아졌다. 하지만 이제 되돌아 갈 수 없다.


사실은 돌아가고 싶었다. 한번만 더 보고 싶었다. 한번만 딱 한번만 멀리서라도 볼 수 있다면..


밥도 잘먹고 차쯤 회복이 되어가는 츠키시마를 보고 아카아시는 괜스레 뿌듯했다. 아카아시에게 츠키는 엄마마음 아니 아빠 마음이란게 이런 건지 제 동생처럼 챙겨주고 싶은 구석이 많은 사람이었다. 마음 같아선 그 때 험한 짓을 한 알파들을 수소문해 다 까발려 버릴까도 생각했지만 츠키를 생각하니 그것도 차마 못 할 짓이었다.


그런데 요즘 쿠로오의 상태가 이상했다. 멍하니 창문만 보고 있지를 않나 자주 간다던 파티에도 가지 않는다는 소문이 들렸다. 소문은 소문을 타고 커져갔다. 본래 소문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라 잘 몰랐다. 커피를 뽑으러 나갔다가 쿠로오의 상태가 궁금해져 떨어진 거리에서 소문에 대해 이야기하는 말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 그거 들었어? 쿠로오씨 있잖아 ”


“ 아그거? 들었어 그 오메가 얘기 말이지? 쿠로오씨가 저러는 거 오메가 때문이라며?”


그 소리에 순간 풋하고 웃음이 나올 뻔했지만 참았다. 하지만 그다음에 들려오는 말을 듣자마자 욕이 나올뻔 했다.


‘ 어떻게 소문이 퍼진거지? ’


소문의 내용을 요약해보면 오메가가 엄청나게 따먹히는 걸보고 그 충격에 헤어 나오지 못한다는 것이었

다. 무슨 말도 안되는 이야긴가 싶다가도 츠키시마가 혹시 그 사건을 들켜 쿠로오에게 당하고 쫒겨 난건가 라는 결론이 떠오른 아카아시는 이미 쿠로오의 멱살을 잡고 있었다.

멍한 눈동자인 쿠로오는 모든 것에 흥미를 잃은듯 이빨 빠진 사자처럼 아카아시에게 멱살을 잡힌대로 서있었다. 회사인데도 불구하고 아카아시는 참아왔던 욕을 뱉고 뱉었다. 그리고 그를 끌고 자신의 자동차에 탔다. 누가 이 내용을 들으면 곤란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못했던 담고 있던 욕들을 내뱉었다. 그리고 쿠로오는 하염없이 그 욕을 받아드리고 있었다. 하지만 딱 한 구절에서 쿠로오의 눈이 따갑게 변하고 아카아시를 붙잡았다.


“ 너도 그런 새끼였던 거냐? 너도 .. 니가 어떻게.. 너마져도 강간한거냐고 쓰레기새꺄 ”


“ 뭐??? 그게 무슨 ㅈ같은 소리야....?”


자신이 잘못들은거라고 생각해 다시되물었다. 아카아시는 격앙된 톤으로 쿠로오의 멱살을 강하게 쥐고 대답했다.


“ x발 그래 강간하긴 했구나 이 미친.. ”


쿠로오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연이어 물었다. 그러자 아카아시도 이내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뜨문뜨문 강간당했던 츠키미사를 발견한 상황을 설명했다. 설명하는 내내 욕이 끊이질 않았다. 그리고 뒤집어엎으려했지만 츠키시마가 곤란할까봐 쿠로오에게도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덧붙여 지금 어떤 소문이 회사 내에 돌고 있는지도 또박또박말했다.


“쾅 “


차문이 닫히는 소리가 크게 났고 이어 아카아시가 나와 회사로 들어갔다.


차안에 남아있는 건 쿠로오였다. 아카아시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쿠로오가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한참을 있었다. 머릿속으로 정리 해봐도 나오는 결과가 어처구니없게 화가 났다.


츠키시마가 아니 케이가 그렇게 당할 때 자신은.. 자신은 그저 태평하게 있었다. 늘 괜찮은 표정으로 자신을 봐왔기에 정말로 괜찮은 줄 알았다. 그리고 돌아온 그 아이에게 나는... 또 한번 상처를 주었다. 떠나는 게 당연했다. 아니 이제까지 어떻게 버틴건지 신기할 정도였다.

나는 정말 쓰레기였다.


한동안은 밥도 물도 제대로 먹지 못한채로 업무를 했다. 회사사람들에게는 단순히 아픈 것이라고 해명했다. 피해자는 츠키시마여야 한다. 가해자는 물론 자신이었다. 혹시라도 집으로 돌아올까 귀가하자마자 집으로 들어가 기다렸다. 전화가 올지도 몰라 집 전화를 내내 쳐다보고 발신자, 수신자를 꼼꼼히 흝어 봤다. 파티는 물론 가문의 요구하는 모임에만 참석하고 이 외는 발도 붙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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