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쿠토 X 아카아시



오메가버스 !





“ 아카아시 아카아시 !!! 그거 알아 !!? ”

“ 네? 뭘 말이에요 ”

“ 어제 오메가를 처음 봤는데 ... ”

 

 하,, 또다 또또또


 오메가, 오메가, 오메가, 어제 이후로 오메가이야기만 주구장창 늘어놓는 보쿠토가 미웠다. 선을 보고 와서 오메가를 처음 만난 이야기부터 오메가한테서 나는 냄새가 어쨌느니 저쨌느니 .. 아주 신이 나도 단단히 났다. 여기서 짜증내버리면 방과 후 배구 연습에 지장이 가겠지 하고 한걸음 참아주는 아카아시였다. 하지만 참는데에도 한계치라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분명 학년도 다르고 마주칠 일이 없어야하는데 자꾸만 쉬는 시간 마다 찾아와 쫑알쫑알 이야기를 하는 것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피해보려 화장실을 가도 쫓아오고 옥상으로 피해있으면 어떻게 알았는지 금세 따라와서 아카아시 !! 하고 불렀다. 


“ 하아.. 보쿠토상 오메가가 그렇게 좋았나요? ”

“ 응? 흐으으으으음 ”


 뭔가 공격에 성공했다. 잠시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개운해 지는 기분이었다. 나란히 긴 의자에 앉아 앞을 보며 말하다가 갑자기 한동안 정적이 돌았다. 한참을 낑낑 소리를 내며 고민하는가 싶더니 옆에 앉아있는 보쿠토가 몸을 휙돌려 아카아시의 옆얼굴에 점점 가까이 다가갔다. 아카아시는 잠시 움찔했지만 괜히 오버하는 건가 싶어 가만히 있었다. 예를 들어 뭐 묻은걸 떼어 준다거나 머리카락에 끼어있는 나뭇잎을 빼준다던가 하는 그런 아무 사적인 감정 없는 행동이라면 피할 이유가 없었다.


 여기서 움직이면 오히려 과민반응일지도 모른다. 점점 가까워져 보쿠토의 얼굴이 아카아시의 볼까지 다가갔다. 하지만 아카아시가 간과하고 있던 한 가지, 보쿠토는 상대방의 얼굴에 묻은걸 떼어 줄 만큼 섬세하지도 예민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아카아시는 잠시 속마음을 들킬까 이성적인 판단이 흐려진 것이다.

  

보쿠토가 갑자기 속도를 내서 훅 아카아시의 목 부근에 얼굴을 묻었다.


“ 어..어어..에-- ? 보..보쿠토상? ”


목덜미에 코를 묻고 흐으으으음 하고 소리를 냈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 보쿠토상? 하고 수차례 보쿠토를 불러봤지만 대답이 없었다. 점점 깊게 얼굴을 들이미는 보쿠토에게 아카아시는 방어기제가 발동했다.


“ 보쿠토상 그만....그.. ... 만두세요!!!! ”


‘쿵’


“ 으...아.. 아카아시 너무해 넘어졌잖아 - ”

“ 보쿠토상이야 말로 뭐하는.. ”


방금 전의 행동이 떠올라 얼굴이 붉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 안돼.. 너무.. 부끄럽다고.. 


“ 그치만 아카아시가 물어봤잖아 !! 오메가가 좋냐고! ”

“ 에..? 그거랑 이거랑 무슨.. 무슨 상관이.. ”


보쿠토는 바닥으로 넘어져 모래가 붙은 엉덩이를 털어내고 일어나 다시 아카아시 옆에 털썩하고 앉았다. 그리고 이제 확실해 졌다는 듯 눈빛이 반짝이며 말했다. 마치 먹이를 찾은 독수리 처럼.


“ 이제 알았어 . 오메가는 별로야 아카아시가 훨씬 좋아 ”

“ 도데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소리를 하란 말입니다.. ”

“ 그치만 아카아시한테서 나는 냄새가 더 좋단 말야 ”


냄새? 아.. 냄새를 말하는 거였나


오메가에게는 특유의 페로몬 향기가 난다고 한다. 사람에 따라서 여러 가지의 향이 나고 대부분은 알파들이 좋아하는 , 마치 유혹하는 것과 같은 향이 난다고 전해진다. 물론 베타인 나는 ... 페로몬에는 무감각이지만. 이와는 반대로 알파도 알파들끼리의 페로몬이 있다. 성격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고 하는데 코로 맡는 향과는 달리 머릿속으로 훅 치고 들어오는 느낌이라고 한다. 역시나 나는 모르는 이야기.


아무튼 내가 좋다 가아니라 나한테서 나는 냄새가 좋다 이거지.


“ 보쿠토상 아무리 그래도 이런 행동은 실례입니다만. ”

“ 으아아 아카아시 삐진거야? 그치만 이게 제일 확실한 방법이었다고 .. 흐으 ”


아차 보쿠토상의 저기압 모드가 켜지려 하고 있었다. 분명 당한 건 나인데 어째서 자기가 저기압이 되는 건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 ..전 괜찮습니다. 단지 다른 부원들에게는 실례라는 겁니다. 보쿠토상 ”

“ 헤에 - 정말? 아카아시는 괜찮아? ”

“ ..... 할꺼면 적당히 해주세요. ”


시무룩했던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아카아시를 바라보며 눈동자를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아카아시의 말에 응 ! 아카아시 나 적당히 할거야 !! 하고 저기압모드에서 벗어났다.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지금 아는 건가.. 그리고 나도.. 제정신인가.. 보쿠토상이 적당히를 알 리가 없는데도 이렇게 은근슬쩍 넘어갔다. 어쩌면 나는 보쿠토상의 행동이, 그의 대답이 조금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조금은 두근거려도 되지 않을까 


그 뒤로도 보쿠토는 아카아시 목덜미에 종종 얼굴을 뭍었다. 처음엔 배구부원들이 다 있는 상태에서 하려고해서 아카아시가 기겁을 하고 밀어냈다. 보쿠토는 그런 아카아시를 보고 남아서 연습할 때라던가 갑자기 손목을 잡고 수돗가로 간다던지 했다. 역시나 보쿠토는 적당히 할 생각이 없었다. 알고 있었다. 아카아시는 밤마다 간혹 그의 행동에 잡힌 손목이 그의 얼굴이 다녀간 목덜미를 손으로 만지며 그의 흔적을 찾았다. 보쿠토의 행동에 점점 자신의 감정이 확실해짐을 느껴왔다. 뿌리칠 수 있었지만 뿌리치지 않았다. 싫다고 밀어낼 수 있었지만 밀어내지 않았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뿌리치고 싶지도 밀어내고 싶지도 않았다. 아카아시는 오히려 그 반대 였으니까.


벽에 대고 보쿠토상.. 보쿠토상.. 하고 이름을 불러보았다. 


 보쿠토상이 한걸음 가까이 다가올 때마다 떨리고 두근거렸다. 물론 그건 나에게만 해당사항일 것이다. 보쿠토상은 그저 호기심일 테니. 호기심이 다 떨어지고 나면 금방 흥미를 잃어버릴 것이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 .. 그동안만.. 딱 그 때까지만 나도 보쿠토상을 좋아하면 안 될까.


‘ 오메가는 별로야. 아카아시가 훨씬 좋아 ’

‘ 아카아시가 ...훨씬’

‘ 아카아시가 .. 좋아.. ’


아카아시의 머릿속에서 메아리처럼 보쿠토의 말이 맴돌았다. 아카아시는 맴도는 보쿠토의 목소리가 괴로웠다. 아카아시는 머리가 좋은 편이라 평소에도 사리 판단은 확실하게 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성이 하는 말을 마음이 무시했다. 구멍을 막고 막아도 어디선가 들어오는 개미떼처럼 아무리 귀를 막아도 마음속에서 보쿠토의 목소리가 들렸다. 


“ 으으으.. ”


아카아시의 그날 밤 꿈에 보쿠토가 나왔다. 아카아시의 이성을 비웃듯이.. 아카아시는 눈을 뜨자마자 자신의 아랫도리를 확인했다. 


하.. 젠장..


아랫도리가 축축했다. 보쿠토의 꿈을 꾸고 이렇게 되어 버렸다. 아카아시는 피하고 있었던 결론에 도달해버렸다. 보쿠토가 흥미를 잃지 않는 이상 자신이 거부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것. 자꾸만 도를 지나쳐버리는 제 마음을 단단하게 가둬놓아야 했다. 이제는 피할 방법이 없었다. 


“ 보쿠토상 이제 이런 거 그만 둬주세요. ”


보쿠토가 아카아시의 목덜미에 얼굴을 가까이 하려고 하자 아카아시가 한 말이었다. 하지만 보쿠토는 멈출 생각이 없다는 듯, 아니 마치 아카아시의 목소리를 듣지 않은 것처럼 행동했다. 가까이 다가오는 숨결에 아카아시는 한번 더 강하게 말했다.


“ 보쿠토상 .. 그만. 오늘처럼 옥상에서나, 체육관에서나..  목덜미에 하는 거 그만하라는 겁니다. ”


.....


아무말이 없었다. 아카아시는 보쿠토를 보지 않고 말했다. 벽을 보면서 말했다. 아니 다시 말해볼까. 벽을 보지 않으면 말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도저히 보쿠토의 눈을 보고는 말 할수 없었다. 망설임이 들켜버릴 것 같았다. 


“ 싫어. 아카아시 ”


순간 그의 단호한 거절에 당황 했다. 보쿠토가 거절한다는 경우의 수는 아카아시의 계산에는 없었다. 보쿠토는 아카아시의 한손으로 어깨를 강하게 잡아챘다. 그리고 그가 하고싶었던 일을 계속해서 진행했다. 목덜미에 보쿠토의 입김이 느껴졌다. 은은하게 나는 쿨한 향이 코를 간지럽게 했다. 


안돼. 더 이상은 다가오게 해서는 안돼. 


“ 보쿠..토상.. 제가 그만...하라고..했.. ”

“ 아카아시...난 너랑 더 하고 싶어.. 할래  ”


아아.. 나는.. 나는. ..


 애초에 거절 같은 건 할 수 없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의 말에 홀린듯 아무말도 아무대답도 생각이 나질 않았다. 더하고 싶다는 말을 들었을 땐 아무런 저항도 하고 싶지가 않았다. 다만 조금 욕심이 났다. 조금만더.. 조금은 괜찮지 않을까 하고 그저 그가 움직이는 대로 가만히 그를 기다렸다. 하지만 보쿠토는 아카아시가 거부한 것이 맘에 안 든다는 듯이 아카아시에게 평소보다 몸을 밀착시켰다. 그리곤 갑자기 허리를 한손으로 감아 올렸다. 이어서 쇄골에 코를 비비고 목덜미부터 타고올라간 입술이 귀 끝에 닿았다. 


“ 으.. 흣 ” 


그 순간 놀란 듯 강하게 아카아시가 보쿠토를 밀어냈다. 아카아시의 붉어진 볼과 빨개진 귀가 시야에 들어왔다. 보쿠토를 밀쳐내고 서는 자신이 뱉어낸 신음에 자신도 놀랐다는 듯이 동공이 이리저리 움직였다. 


‘ 쾅 ’ 


옥상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하아하아... 그대로 도망쳤다. 멍청이 같은 몸이 보쿠토상에게 반응해버렷다. 아무리 보쿠토상이라도 알았을 것이다. 


아무리 보쿠토상이라도 .. 젠장.. 젠장 젠장.. 


들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건 아니다. 단지 이런 식일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뿐이다. 계단을 한참이나 내려가서야 떨리는 몸이 간신히 멈추었다. 화장실 칸으로 뛰어 들어가 변기커버위에 앉아 한동안 정신을 다잡았다. 머리를 쥐어뜯고 나서도 해결방법이 떠오르질 않았다. 아카아시는 보쿠토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그 좋은 머리로도 도통 예상해 낼 수 없었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하아.. 


화장실에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화장실 칸 벽에 머리를 기대고 들어온 사람이 나가길 기다렸다. 마음속으로 머릿속으로 스스로를 자책하면서 가슴을 부여잡았다. 



‘ 똑 똑 똑 ’



 아카아시가 있는 칸으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아카아시는 사람이 있다는 표시로 똑똑똑하고 노크를 해 응수 했다. 하지만 조용했다. 나가는 소리도 , 다른 칸에 들어가는 소리도 나질 않았다. 


설마... 그럴 리가.. 그럴리.. 


아.. 그리고 홀로 되감기를 해보니 여긴 보쿠토의 반이 있는 층이었다. 하필이면.


“ ....... 보쿠토.. 상.. ? ”


.....


‘ 똑, 똑 , 똑 ’


다시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열어달라는 듯이 재촉당하는 기분이었다. 아카아시는 혼자 있고 싶었다. 얼굴을 마주할 용기도 나지 않을뿐더러 머릿속으로 정리가 필요했다.


“ 보쿠토상.. 가주세요 저 혼자 있고 싶습니다.. ”


제발..


“ 아카아시.. 아카아시! 미안해 내가.. 내가 막무가내로 해서 화난거지 아카아시!! 미안해!! ”


ㅇ....? 에? 

어이가 없어 잠긴 문을 열고 확 열어 제꼈다. 


“ 뭐라구요 ? ”

“ 그..그게 내가 .. 아카아시가 그만하라고 했는데.. 해서.. 그래서.. ”

“ 아니 어떻게 하면 내가 화가 났다는 결론을 도출 하는 겁니까? 도데체가 머릿속에 뭐가..뭐가 든겁니까 !!  ”

“ 으으으아아! 아카아시 정말 미안해 !! 다음부터는 그만하라고 할 때는 딱 그만둘게 응..? ”


두손으로 합장을 하며 고개를 숙이고 비는 모습을 하는 보쿠토였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아까전에 자신이 했던 생각이며 행동들이 확 떠올라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리고 알 수없는 화가나 보쿠토에게 화를 냈다. 마치 안심했다는 듯이 아카아시는 보쿠토에게 자신의 감정을 내비쳤다.


“ 하아.. 보쿠토상은 정말.. ”

“ .. 용서해줘 아카아시 !! ”

“ 용서고 말고 할 게 어디 있습니까. 이따가 배구연습.. 토스 안 해줄 겁니다. ” 


으앗하면서 그럼 내가 어떻게 연습을 해 하고 아카아시에게 반문하자 다른 부원들 많으니 알아서 하라고 오늘은 일찍 가겠다고 지나치듯 말했다. 보쿠토는 토스를 안 해준다는 아카아시의 말에 울상을 했다. 그리고 자신을 지나쳐 자신의 반으로 돌아가는 아카아시 뒤에서 아카아시 정말 미안해 미안해 하며 따라갔다. 점심시간이 끝날 때 까지 사과를 했지만 아카아시의 화는 풀리지 않았다. 

 

오늘은 정말로.. 토스 안 해줄 겁니다. 보쿠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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