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쿠토 X 아카아시



오메가버스 !






문자로 뜨문뜨문 보이는데로 쳐서 보쿠토에게 보내고는 그대로 손에 힘을 풀고 숨을 내쉬었다. 약만 먹은 속이 쓰려왔다. 인간적으로 비는 자신이 더 적게 맞았는데 왜 보쿠토상은 멀쩡한걸까 하는 생각과 감기안걸려서 다행이다 하는 생각이 연이어 들었다. 빈속이지만 약기운이 떨어지는 것같아 몇알을 더 삼키고 침대위에 누워있었다. 


약을 먹으면 열은 잠시 떨어졌지만 다시끔 열이올라 아카아시를 괴롭혔다. 내일이라도 당장 병원에 가봐야하나 싶었다. 속이 아파서 잠도 제대로 잘수가 없었고 하루종일 먹은게 없어 힘도 나질 않았다. 이대로는 감기가아니라 기아상태로 죽을 것 같았다. 다행이도 아카아시네에 청소하러 오신 아주머니께서 아카아시를 발견하고는 오래 먹을 죽과 기운을 차리도록 간단하게 먹는 음식들을 준비해 주셨다. 약도 약국에 가 다시 새로 받아와 아카아시의 머리맡에 죽과 함께 놔 주셨다. 열을 재보니 38.5도였다. 아주머니는 놀라시면서 걱정하셨지만 아카아시는 참을 만하다며 손사레를 쳤다. 쓰린 속을 달래기위해 죽을 조금 먹고 나니 한결 나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 데워 먹기만 하면되니까 .. 데우지 못하더라도 속아프게 그냥 있지말고 죽먹고 꼭 알았지 케이지 ? "

" 으... 네.. 고맙습니다.. "

" 아휴 아프면 나한테 먼저 연락을 하지 그랬어 "


걱정하시는 아주머니의 말에 베시시 웃어 보였다. 아주머니가 사다주신 약이 효과가 있었는지 점차 열이 떨어지는게 느껴졌다. 죽도 먹고 몸에 힘이 돌아가니 견딜만 한건가 싶었다. 이대로 죽는가 싶었는데 조금 살만하니 숨통이 트였다. 한결 가벼워진 머리로 숨을 내쉬었다. 


그순간


" 쾅!!! 쾅쾅콰앙 쿵쿵 "


문소리만 듣고도 누구인지 알아챘다. 초인종 놔두고 왜 두드리는 거야.. 

 

문이 곧 부서질 것만 같았다. 보쿠토의 강한 힘에 문이 흔들렸다. 



보쿠토상..


하아.. 


아 문열러갑니다 가요 그만..두드려요 문 부서지겠네.


" 쾅쾅쾅 "


인터폰을 들고 화면을 보니 역시나 보쿠토상 이었다. 아직도 문을 소리나게 두드리고 있었다.  인터폰으로 문 바깥에 있는 보쿠토를 불렀다.


" 보쿠토상..콜록콜록 하.. 왜 오신거에요 "


아 목아파.. 아무래도 감기와 몸살에 단단히 걸린 것같다. 몸이 떨리고 열이 나는게 이상했다. 비 한번 맞았다고 이렇게 되다니 자기관리를 투철하게 하는 아카아시는 열병을 앓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이렇게 아픈 걸, 지금 보쿠토를 보고 옮기기라도 한다면 큰일이다..


"- 아..아카아시 아파? 아프다고 해서 "

" 보쿠토상.. 제가 어린앱니까... 괜찮으니까 얼른 ..."


이어서 아카아시의 기침소리가 연달아났다. 열이 좀 떨어지는가 싶었는데 기침과 목아픔에 목이 뜨꺼워지는게 느껴졌다. 목이 부어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밤새 자기도 모르게 기침을 한 모양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감기와는 다른 기분이들었다. 하지만 감기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 아카아시 !! 아카아시 문열어줘 정말 괜찮은거야? "

" ㅇ..으.. 그냥 감기에요.. 옮을 겁니다.. 오늘은 토스.. 못올려드려요.. "


아카아시에 한마디에 사색이되서 보쿠토는 두드리던 주먹을 멈추고 잠시 생각을 하는듯했다. 그답지 않게 고민을 하는 모습을 ,그런 보쿠토를 인터폰을 통해 몰래 훔쳐보듯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뭘 고민하는 건지 심각해보였다.


보쿠토상.. 또 혼자서 무슨 상상을 하는건지.. 지금 한창 연습할 때인데 여기서 이러면 안된다구요. 이 배구바보가 왜 여기 찾아와서는 싱숭생숭하게 만들지 말아요. 제발 여기까지만 .. 여기만은 들어오지마요.


" 내가.. 아카아시한테.. 토스올려달라고..계속해서.. 아픈거야..? 나때문에.. 아픈거야? 이제 안그럴께 아프지마.. 아카아시 "


멍충이 보쿠토상 . 어제 비맞아서 그런거잖아요. 왜.. 자기탓을 합니까. 비를 맞은 것도 저고 아픈 것도 접니다.. 그러니까 그런말.. 하지마세요 오해한단말입니다. 


..." 아니에요.. 어제 비.. 비를 맞아서..윽.."


갑자기 오는 어지러움에 잠시 몸이 휘청거렸다. 잠시 인터폰 에서 멀어져 바닥으로 몸이 치우쳐졌다. 다리가 잠깐 풀린 것 마냥 머리가 무거워졌다. 


아..보쿠토상이 걱정할..텐데..


바깥에서 아까보다 더 크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 아카아시 !!! 아카아시!! 쓰러진거야?? 아카아시!! "

" 그런거.. 아니..ㄹ..라고.. "


몇마디를 입 밖으로 꺼냈지만 인터폰과 멀어진 아카아시의 목소리가 보쿠토에게 닿지 않았다. 


젠장할.. 비같은거 맞는게 아니었는데.. 


갑자기 시작된 기침이 여러번이나 입으로 튀어나와 버렸다. 말을 더이상 이을 수가 없었다. 이대로 끊임없이 나오는 기침에 숨이 막히는가 싶었다.


' 철컥 .. 끼익 '


" 아카아시 !! 아카아시!!! "

" ㅂ..보쿠토상 .. 여기 어떻게 들어온.. "


덥썩 안아오는 보쿠토의 손과 체온에 머리가 띵해졌다. 만약 내가 오메가였다면 이런기분 이려나.. 첫눈에 반하는 것보단 훨씬 세긴하네.. 아마도 집문이 열려있었던 모양이다. 


" 아카아시 걱정했다고!! "


....


나는 바보같이, 안아오는 보쿠토상에 품에 안겨 멍청이 같이 내가 오메가였다면 하고 상상했다. 열이 나는 머리가 제멋대로 생각을 했다. 마음은 원래도 제 말을 듣지 않았지만 이제는 머리도.. 더이상은 견딜수없이 보쿠토가 좋았다. 심장이 두근거려서 너무.. 두근거려서 이보다더 확실한 확신은 없었다. 피할 수없이 도달한 결말, 아카아시에게는 베드엔딩인 결말, 피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알고 있었던 결말이다. 


나는 베타지만 알파인 그를 좋아해.


" 아카아시 !! 나.. 나너무 걱정되서 학교 끝나자마자 여기로 뛰어왔어.. 정말로 괜찮은거야? "

" ..하.. 보쿠토상.. 배구는 어쩌구요.. 연습 .. 코치님한테.. 혼날꺼라구요.. "

" 아카아시는 배구 바보야?!! 나만보면 배구배구 .. 아카아시가 아프잖아 "


...?..........?????

고레가 나니?


어이가 없어 보쿠토의 한마디에 엉킨 실타래가 완전히 풀려버렸다. 탁 하고 잡고 있던 이성을 놓아버렸다.


배구바보가 누구한테 지금 ... 아프니까 별 생각이 다드네.. 보쿠토상한테 이런말이나 듣고  


" 배구바보는.. 보쿠토상이잖아요.."

" 그치만...그치만.. 아카아시가 자꾸.. "

" 보쿠토상.. 이제 정말 그만두면 안됩니까.. 친구로.. 이렇게 걱정하고 신경쓰는거.. 그만둬주세요.. "


안고 있던 팔을 잠시 풀어 보쿠토는 아카아시의 눈을 바라보았다. 


아카아시는 알고있었다. 저 눈을 보고있으면 절대로 거짓말 같은거 할수 없다. 


" 전.. 보쿠토상이 그럴때마다.. 오해한다구요.. 혹시라도.. "

" 아카아시 ..그게 무슨소리야 !! "

" 보쿠토상도 절 좋아하는 거라고 착각한단말입니다 .. 그러니까 헷갈리지 않게 해주세요 부탁이에요 ..보쿠토상 "


제발 부탁입니다.. 제발.. 


정신이 맑아지는 것 같았다. 그대로 보쿠토의 품에서 벗어나 그를 밀쳐냈다. 바닥을 집고 겨우 일어나 그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이제는 피할수도 피해서도 안된다. 나는 그의 사정거리 안이다. 먹이를 노리는 독수리에게 나는 한치라도 방심하면 사냥당하고 말 것이다. 보쿠토를 밀어 문 밖으로 내보냈다. 


" 케이지 "


문을 닫으려고 했다. 


이름으로.. 부르는 건 반칙아닙니까.. 그만해요 

도저히 당신이란 사람은 왜.. 나를 이렇게.. 이토록 분명하게 만드는..겁니까.


" 정말로.. 아직도 모르는 겁니까? 어디까지 바보인겁니까 당신은.. "

" 케이지.."

" 좋아한다구요.. 좋아해요. 처음부터 계속 줄곧 좋아했단 말입니다. 배구연습도 다 다...다.. 그래서 한겁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제발 다가오지마세요. 저 착각해버리니까.. 베타인데도 자꾸만 좋아져버리니까 다가오지 말라구요 !!! "


....보쿠토상.. 설마 이것도 이해못한건가


" 보쿠토상은 .. 보쿠토상은 제가 보쿠토상이랑 친구니까.. 그러니까 걱정해주는 거 잖아요.. 근데 전.. 보쿠토상을 친구로써가아니라 다른의미로 좋아한다구요.  하아.. "

" 아.. 아카아시 나도..아카아시..좋ㅇ... "

" 보쿠토상!! 전 베타에요 베타... 좋아하면 안되잖아요 저는.. 알고있다구요..보쿠토상은 저랑 손잡거나 키스 할수 있습니까?  전..전..그런의미로 좋아는 거라구요 !! "


보쿠토가 듣지 못할 까봐. 크게 외쳤다. 나는 너를 알파인 너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안되는 걸 알고 있다고 그러니 그만 .. 그만 다가오라고 . 낮게 으르렁거리는, 어미와 떨어진 작은 아기 고양이 처럼 애처로웠다.  

....


" 가주세요.. 쉬고싶어요.."



보쿠토는 문밖에서 아카아시는 문안에서 서로를 마주보았다. 씩씩 거리며 말을 하는 아카아시의 모습에 보쿠토는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쾅'

 

문이 세게 닫히는 소리가 났다. 문 안쪽에 서있는 아카아시는 그대로 바닥에 주져앉았다. 눈물도 아무것도 아무런 감정도 들지가 않았다. 그저 머리가 아파서. 열이나 몸이 지끈거려서 아팠다. 떨리는 몸을 이끌고 침대로 가 누웠다. 그 날밤 내내 아카아시는 열병을 앓았다. 밀어내고 밀어내도 다시 자신을 바라보던 눈동자가 내내 아른거렸다. 이제는 볼수 없게 된 그 눈동자가 그리웠다. 아까 그가 잡았던 손목이 유난히도 시큰거렸다.


' 아파..'


이렇게 이런식으로 고백을 하게 될줄은 몰랐다. 아니.. 사실 고백이란걸 하게될지도 몰랐다.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나 싶었지만 그저 보쿠토상이 알아서 물러나 주겠거니 했다. 머리가 아파 더이상 생각하는게 힘들었다.


오래 끙끙 앓고 나니 열이 떨어져 몸이 점점 회복되는게 느껴졌다. 오래 앓고 있던 것은 열감기뿐만이 아니였다. 그동안의 뭉친 설움이 풀리듯 마음이 녹아내렸다. 촛불에 누군가 성냥개비로 불을 붙여 순식간에 촛농으로 흘러내리듯. 


눈을 떴을 땐 이미 모든 것은 끝나있었다. 찾아온 그에게 했던 말과 고백이 얼마나 초라했던 것인지를 마음 속으로 생각했다. 연이어 머리의 통증이 가시자 본래의 이성적인 잣대가 다시끔 떠올라 머릿속을 헤집었다. 너는 무슨 자신감으로 고백을 하고 그를 밀쳐냈느냐고 이성이 말했다. 조금 더 분명해진 생각으로 그건 옳지 않았다고 틀린 것이라고 너는 잘못한거 라고 스스로가 자책했다. 


다 내 잘못이었다. 


만약 보쿠토상이 나를 지나쳐 지나간다 해도, 그의 나머지 연습상대가 내가 아니라 해도, 다시는 보쿠토상에게 토스를 올리지 못한다 해도 , 나는 그 누구도 탓하지 못한다. 세삼 깨달았다. 이제는 보쿠토상에게 토스 해 줄수 없어. 


" ... 해줄수 없어.. 이제.. 다시는.. 할 수없어.."


침대에 누워 생각했다. 말로는 나는 괜찮다 그까짓 것, 힘들기 만하고 땀나고 나는 괜찮다고 계속 스스로를 위로하듯 터져나왔다. 하지만 예전처럼 생겨난 감정을 어디엔가 담아 버리고 없는척 모른척 할 수가 없었다. 마음 속을 누르고 있던 무거운 돌이 사라진 것 같았다. 자꾸만 넘쳐 올라 비집고 나온 감정은 하염없이 아카아시를 괴롭혔다. 


괜찮아, 난 정말로 괜찮아. 그가 아니어도 괜찮아. 내가 아니라 해도 괜찮아. 이미 알고 있었잖아. 뭘 새삼스럽게 슬퍼하는 거야 . 이미 알고 있었어. 그의 짝은 내가 아니야. 내가 아니라고. 알고 있어. 나 때문에 비틀어져 버렸다는 걸.


' 아카아시 ! 토스 해 줄거지? '

' 아카아시 토스해줘 -! '

' 아카아시 !'


.........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신기하게도 그의 얼굴이 보였다. 언제나 내 눈을 바라보며 내 이름을 불렀었다. 언제나의 모습이 눈 앞에 아른 거렸다. 이제는 다시 볼수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깊게 파여버렸다. 깊숙한 곳 까지 파여져 속부터 조금씩 아려왔다. 그의 얼굴이 , 목소리가 떠오를 때마다 속이 점점 더 아려왔다.


손등을 눈가위에 올려 잠시 여러 생각을 했다. 감정이 차올라 앞을 볼수가 없었다. 닦아내고 닦아내도 어디선가 솟아올라와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잘못은 내가 해놓은 주제에 우는 꼴이라니 .. 엄청나게 꼴불견...이구나..이거.. 젠장할.....너무 보고싶어. 보고싶어.. 다시 한번만 ..


.....그에게, 보쿠토상에게 토스해줄수 있다면..  



한 숨도 자지 못하고 학교로 나가아가는 모습이 안쓰러워 보일 정도였다. 부어버린 눈도 어두워진 눈밑이나 텅 비어버린 눈이 평소에 자기관리에 투철하던 모습과는 정반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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