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알바생 츠키시마 x 손님 쿠로오 au


오메가 버스기반


츠키시마- 오메가

점장-알파

쿠로오-알파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머리 속이 텅 비어버려 생각하기를 거부했다. 너무도 가혹하지 않은가.


‘ 끝내자 다’


츠키시마가 끝내겠다고 생각한 것은 편의점 알바뿐만이 아니었다. 더 이상 내일을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당장 내일 먹을 것도 입을 옷도 아무 것도 없었다. 미련하게도 죽기를 결심했다. 죽고 싶은건 아니었다. 다만 살기가 싫었다.


병원비.


역설적이게도 끔직하게 싫었던 몸을 파는 일로 벌어왔던 병원비 때문에 억지로라도 살아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할머니를 위해서라는 그럴듯한 명분도 있었다. 하지만 역치를 벗어난 상황에 츠키시마는 폭주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된 거 살아갈 이유도 명분도 , 어차피 죽어도 자신을 아는이는 아무도 없기에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슬퍼할 사람도 없겠지. 


마지막이 될 아르바이트를 하러 편의점으로 향했다.


아마도 여기까지 본 사람들은 눈치 챘을 것이다. 츠키시마가 어떤 인물인지를.


가난하고 불쌍하고 궁상맞고 어찌보면 무모하고 무식했다. 모순이라면 이 모든 것은 츠키시마의 잘못인 부분은 없다는 것.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것이, 궁상맞은 삶을 산 것이, 배고픔이 , 무식함의 원인은 츠키시마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는 불쌍한 것이다. 객관적으로. 





이쯤에서 의심많고 정의감 강한 손님의 시선으로 츠키시마를 바라보려 한다. (흥미진진) 


손님의 이름은 쿠로오 테츠로,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다. 


특이점이 있다면 추리 소설을 좋아한다는 점 정도? 아 , 집안은 꽤나 부자 이지만 따로 지원은 받고 있지 않다. 그러기에 야근을 밥먹듯이 하는 회사에서 늦으막히 집으로 와 근처 편의점에서 늦은 저녁을 때우곤 한다. 그런데 요새 편의점에 참 이상한 녀석이 하나가 있다. 쿠로오의 시선에 딱 걸리는 한 녀석은 늘 이상한 냄새를 풍기고 다닌다. 맡기 싫은 지독한 냄새가 아니라, 오메가, 오메가의 냄새가 났다. 처음에는 향긋하고 잔잔한 향이 나서 괜히 이 알바생이 오기를 좀더 기다린 적도 있었다. 오메가는 드물었으니 쿠로오도 처음이라 신기 했던 것 같다.


“ ㅈ...저.... ㅅ..님.. 손님! ”

“ 아..아.......너..아 ”


아..젠장 생각을 하다가 모르게 너 오메가? 하고 말을 이을 뻔했다. 민망한 마음에 담겨진 검은 봉지를 손으로 황급히 들고 오로지 출구를 향해 몸을 돌렸다. 아.. 쪽팔려.. 무슨 말도 못하는 언어장애 마냥 어..아...아., 거리다가 나왔으니 쿠로오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편의점 문을 열고 나와서는 쿵쾅쿵쾅 파워워킹을 하다가 편의점 불빛을 따라 뒤를 돌아보았다. 


‘ 저녀석도 참 힘들겠구만.. ’


 집에 들어와서도 편의점이 보이는 위치라 간혹 아침에 일어나면 그 알바생이 집으로 돌아가는 퇴근길을 보기도 했다. 아.. 이러면 스토커 같긴 한데 그.. 스토커는 아니다 (맞다)


그런데 어느날 부터 그 녀석이 유독 얼굴도 쾡하고 향기도 이상했다. 간헐적으로 나는 알파의 향기, 하지만 한명의 것이 아니었다. 한명이 아니라면? 하고 떠올려 봤지만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너무나도 비상식적인 것들 뿐이었다. 에이 설마. 설마..? 하고 머리속으로 자신의 상상을 지웠다.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 3시쯤이 되자 울리는 소리, 귀찮아서 자려고 했는데 배고픔에 잠이 오지 않을 정도였다. 


" 아아 또 컵라면 인가. "


찍찍 스래빠를 끌고 도착한 곳은 집 앞 편의점이었다. 왜인지 피곤해보이는 카운터에 있는 알바생을 보고 원플원이라도 사서 하나줄까 했다. 선의의 권유는 이정도가 딱 적당했으므로. 


" 뭐야.. 나..차였나..!?..아니.. 거절당했어? 겨우 원플원 음료순대? "


집에 도착해서 생각해보니 왜인지 분했다. 평소처럼 알바생한테 말한건 좋았는데.. 완강히 안먹으니 가져가라고 하는게 꼭 차인기분이었다. 민망한 나머지 서둘러 나와 집으로 뛰어왔지만 생각해보니 그렇게 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잖아!! 그 뒤로는 그 나이에 삐진 건지 자존심이 상했는지 한 동안은 돌아서 한참 가야하는 마트에 들리거나 꼬르륵 거리는 배를 움켜쥐고 잠을 청했다. 잠을 청했... 으아아아 정말 이러니까 내가 무슨 차인거 같잖아.


새벽에는 마트도 닫아서 눈치를 보다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한산해 보이는 편의점에 퀭한 얼굴을 한 녀석이 카운터에 자리하고 있었다. 얼굴을 보니 안심이 되는 것 같은 느낌에 정작 사러왔던 물건이 뭐였더라하고 한참을 기억내야 했다. 불빛이 밝아서 그런지 흰피부가 더 도드라져 보였다. 근데 자세히 보니까 입술에 딱지..? 피..? 


다친건가..


생각없이 그녀석을 보다가 명찰을 보니 츠키시마..? 이름이 츠키시마 인가. 츠키시마를 흘낏 훔쳐보면서 대충 먹을 걸 골랐다. 늘 먹던 킹뚜껑과 대충 골랐던 삼각김밥이 얇은 손목의 흰 손으로 바코드를 찍으며띡 띡 하고 계산됬다. 


" 증정품! 받아가세요- "


아.. ? 이거 증정품도 있어? 


츠키시마는 살짝 움찔하더니 조금 머뭇거리는 듯 해보였다. 그리곤 조용한 목소리로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 지금 증정품이 다 떨어져서 ..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 "

" ..아..아네.."


카운터 아래 문을 열고 나와서 쿠로오를 지나쳐 창고로 걸어 들어갔다. 조금 주춤하는 것 같았지만. 한참을 기다렸는데도 알바생 아니 츠키시마가 나올 생각을 하질 않았다. 조금 걱정이 되서 그 근처로 발을 돌리는 순간


' 끼익 - 벌컥 '


" 아아 오래기다리셨죠? 이게 다 떨어져서 찾느라 .. "


나온 사람은 츠키시마와는 다르게 까무잡잡한 얼굴의 사내였다. 잠시 의문을 드러내는 표정을 짓자 창고가 엉망이라 정리하고 있다는 말을 해왔다. 전혀 이상하지 않으니 어서 받고 꺼지라는 말로 들렸다. 


뭔가 이상했다. 


내민 음료수를 받으러 손을 뻗어 시선을 옮겼다. 다시 표정 관리를 하고 아 네하고 속으로는 그만 꺼져드리죠 하는 것이였다. 음료수를 받고 아무렇지 않은 듯 편의점 문을 열었다.


' 딸랑 딸랑 '


소리가 멀어질 때쯤 쿠로오는 우뚝 서서 생각했다. 소매, 그 남자 소매가 붉게 젖어있었다. 불현듯 츠키시마의 터진 입술이 떠오르고 그 두가지가 연상되는 일은 ... 고개를 도리질쳤다. 요새 추리소설을 너무 감명 깊게 읽었나.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도 계속 츠키시마의 얼굴과 그 남자의 소매가 엇갈려 생각이 났다. 정말 살인사건 같은 거라거나 .. 강도였다거나 중요한 순간을 자신이 놓친건 아닐까. 쓸때없는 기지가 발휘되어 자신도 모르게 베란다에 나가 불이 밝게 켜져있는 편의점을 주시했다. 


' 설마.. 에이..'


에이.. 하는 마음이 컸던 걸까. 자의식과잉 인지 쿠로오는 자신을 믿고 지켜보기로 했다. 아무래도 제대로 명찰까지 메고 있는 강도는 없을 테고.. 역시 살인사건!?(아니다)


오가는 손님 수도 세보고 그녀석이 다시 카운터로 나왔는가 궁금한 마음에 날밤을 새며 편의점을 훔쳐.. 아.. 아니 지켜보았다. 다행이도 몇명의 손님들이 왔다가고 츠키시마가 퇴근시간인지 나오는게 보였다. 그런데 그 기분나쁜 남자가 나오더니 츠키시마의 손목을 붙잡고 실랑이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끌려가듯이 편의점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누가 본다면 그저 사랑싸움인가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미 살인사건의 콩깍지가 씌여있는 쿠로오의 눈에는 치정같은 불순한 것으로 보였다. 


다다다다다


자신은 이미 계단을 전력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그저 머릿속에서는 뭔가의 이상함이 요동쳤다. 알아내야한다고 츠키시마를 보러가라고. 숨을 헐떡대면서 들어간 편의점의 카운터에는 사람이 없었다. 마치 원래부터 없었던 것처럼 정적이 감돌았다. 살짝 등에서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약간의 공포심으로 의심이가는 창고쪽으로 슬슬 걸어갔다. 혹시나하는 마음에 물건을 고르는 척하며 슬금슬금 움직였다. 거의 창고에 다다르고 문을 두드려볼까 하는데 벌컥 하고 문이 열렸다. 


' 쾅! '


" 계산.. 하시려구요? "

" ㅇ...아..그게 좀.. 보려고 ..요 "

" .. 천천히 보세요 하하.. "


서로의 대화 사이에 이상한 기류가 흘러나왔다. 지금 츠키시마를 확인하려 감정적으로 목적을 드러냈다간 위험할 수도 있겠다 싶어 조금 더 고르는 척을 하며 시간을 끌었다. 


마지못해 계산대 쪽으로 걸어가는데 창고쪽에서 문이 끼익 하고 열리더니 츠키시마가 나왔다. 찌릿하는 남자의 눈빛이 느껴졌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멀리서 봐도 마른얼굴에 힘이 없어 보였다. 그리곤 쿠로오를 지나쳐 아무렇지도 않게 터벅터벅 걸어 편의점을 나갔다.


' 딸랑딸랑'


" 아.. 저 담배 ! 저거 저거 저거 빨간거! "

" ㅇ..아아 네 이거 말씀하시는 "

" 여기 돈 거스름돈은 필요 없어ㅇ.. ! '


착각이 아니었다고 쿠로오는 확신했다. 츠키시마의 목아래 살이 빨갛게 쓸려있는 것이 막 생긴듯한 상처였다. 절대로 이상한 일이었다. 급하게 담배하나를 사들고 (쿠로오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걸어가는 노란 머리통을 찾았다. 분명 이쪽으로 걸어갔는데 어디갔지? 분명 멀리 가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한길이고 외진길이기도 하고 늘 츠키시마의 퇴근길을 지켜봤던 스토ㅋ..아아니 선량한 시민으로써 이쪽길이 분명했다. 고개를 돌려 골목길로 들어서서 앞뒤를 살폈다. 


" ㅎ..흐....ㅎ..으..흐.."


골목길 구석에 작은 막다른 골목길에서 누군가 훌쩍이는 소리가 났다. 벌이 달콤한 꿀을 찾아 꽃에게 끌려가듯 소리에 이끌려 점점 가까이 다가갔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작은 인영이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 무엇이 그리 서러웠는지 아이처럼 엉엉 울고있었다. 쭈그려 앉아서 참는 듯하다 터져나오는 울음을 그대로 내보였다. 쿠로오는 츠키시마를 오래봐왔기 때문에 오래알던 친구가 우는 것 처럼 가슴이 찡해져와 자신도 모르게 위로의 손길로 어깨를 톡톡하고 두드렸다.


"  으..아아 ! 으ㅇ...으..흐..응..ㄴ..누구..흐..으 "

" 아.. 아 저기그게 울고 있길래 그게 나도모르게 놀랐지..그게 미안.. "


놀랐는지 주저앉아버린 츠키시마에게 미안한듯 주저리주저리 변명을 늘어놓았다. 살짝 손을 댔었지만 차가웠던 몸이 안쓰러워 팔로 어깨를 살짝 감싸고 위로를 해주려 했다. 손이 닿은 순간 몸이 휘청거리더니 덜덜 떨리는 감각이 느껴졌다. 


" ㅈ..죄송해ㅇ..요.. ㄱ..그만..하지..마세요...---"


아 . 그래


이상해도 한참 이상했다. 처음부터 알아채고 이녀석을 데리고 나와야했다. 츠키시마의 한마디에 뭔가가 크게 잘못되었다고 확신했다. 이상한 정도가 아니라 잘못되었다. 조금더 빨리 그를 찾아왔어야 했다. 


발작처럼 몸을 움직이다가 이내 옆으로 쓰러져 버린 츠키시마를 들고 집으로 향했다. 들어보니 몸이 너무 가벼웠다. 갈비뼈가 앙상하게 느껴져 그동안의 삶을 가늠하게 했다. 집으로 돌아와 다친 몸 이 곳 저 곳을 보다가 츠키시마의 셔츠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 때 까지만해도 쿠로오는 잘못 끼워진 단추 사이로 보이는 상처를 걱정했었다. 


' 맞은 건가.. '


단추를 푸르고 옷을 갈아입혀야 겠다고 생각하면서 몸을 자세히 보는데 울긋불긋하게 나있는 상처들이 아무리 아니라고 생각해 보려고해도 맞아서 생긴 상처가 아닌 것들이었다. 물론 군데군데 멍자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폭력이 지속되었음을 시사했지만 그것 이외에 상처들의 낌새가 이상했다. 오늘은 쿠로오의 직감이 잘 맞는 날이었다. 애석하게도 쿠로오가 생각한 그 것, 이건 그냥 폭행이 아니었다.  바지를 갈아 입히려고 아래를 만지는 순간 알아챘다. 이건 절대로 일반적인 폭력이 아니었다. 


" 나. 지금 집으로 들어갈께. 의사좀 부탁해 "


쿠로오는 처음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결심을 츠키시마덕분에 하게되었다. 학창시절 부터 회사원이 되기 전까지 망나니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막살았던 과거 덕에 집안에서도 거의 내놓다 싶히 있는 아들이었다. 다만 그가 장남이자 유일한 아들이라 그저 정신을 차리길 기다렸던 것이다. 차차 회사도 다니고 잘 있나 싶어 집으로 다시 들어오라고 연락했지만 쿠로오의 벽은 꽤 단단했다. 메여있고 싶지 않았던 것인지 예전의 기억이 남아 돌아가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쿠로오가 집으로 들어간다고 통보해왔다. 열이 나는지 불덩이인 츠키시마를 엎고 쿠로오는 집앞 검은 리무진을 타고 집으로 들어갔다.


속에서 부터 점점 화가나기 시작했다. 그럼 그동안, 아니 아까전에도 당했다는 말인데 자신은 그저 손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알아서 나오기를 바라면서, 만약에 손에 핸드폰이 들려있었다면 바로 벽에 던져버릴 정도로 화가 났다. 화가 났더라도 츠키시마가 아픈게 먼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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